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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놓치고 있는 '1mm의 디테일' 안녕하세요, 용접의 진짜 실력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눈'에서 나온다고 믿는 남자, '용접맨'입니다.제가 신참 딱지를 막 떼고 용접에 한창 자신감이 붙었을 때의 일입니다. 두께가 다른 두 철판을 'T'자로 붙이는 과제가 주어졌는데, 제법 신경 써서 아주 매끈하고 아름다운 비드를 만들어냈죠. '이 정도면 완벽하다!'라고 속으로 외치며 의기양양하게 사수에게 검사를 받으러 갔습니다.그런데 사수는 제가 자랑스러워하는 앞면의 비드는 쳐다보지도 않았습니다. 대신 용접물을 뒤집어, 얇은 판의 뒷면을 한참 동안 뚫어지게 쳐다보더군요. 그러고는 날카로운 송곳으로 제 비드를 살짝 긁어보더니, 떨어져 나온 미세한 가루를 손끝으로 비벼보며 말했습니다."겉모습은 화려한데, 속은 병들었구먼. 얇은 판은 이미 열 때문에 내상을.. 2025. 9. 15.
당신의 실수를 정확히 가리키는 3가지 결정적 증거 안녕하세요, 모든 용접 비드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 '진실의 목격자'라고 믿는 남자, '용접맨'입니다.제가 신참 용접사였을 때, 저의 사수는 마치 탐정 같았습니다. 제가 하루 종일 땀 흘려 완성한 용접물을 가져가면, 그는 말없이 비드를 이리저리 돌려보며 조용히 관찰하곤 했습니다. 그리고는 돋보기로 범인의 지문을 찾듯, 비드의 한 지점을 콕 짚으며 말했죠."김 군, 여기서 집중력 흐트러졌었네. 속도가 갑자기 느려지면서 열을 너무 많이 먹었어. 맞지?"저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습니다. 제가 잠시 딴생각을 했던 바로 그 지점을 정확히 짚어냈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알았냐는 제 질문에 사수는 빙그레 웃으며 답했습니다. "용접 비드는 자기가 만들어질 때의 모든 과정을 기억하고 있어. 진짜 프로는 그 비드가 들려주는 증.. 2025. 9. 14.
레이저빔부터 마찰용접까지, 미래를 만드는 특수용접의 세계 안녕하세요, 아직도 새로운 불꽃 앞에서 가슴이 뛰는 남자, '용접맨'입니다.저는 제 자신을 평생 뜨거운 쇳물과 거친 불꽃을 다뤄온 '아날로그 장인'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제게 용접이란, 제 손의 감각으로 아크의 소리를 듣고, 쇳물의 흐름을 읽으며 한 땀 한 땀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정직한 과정이었죠.그런데 몇 년 전, 최첨단 의료기기를 만드는 공장을 견학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제가 상상했던 용접 현장과는 180도 다른, 소음도 연기도 없는 하얀 클린룸 안에서 저는 제 두 눈을 의심하는 광경을 목격했습니다.한 기계는 머리카락보다 가는 '빛' 한 줄기(레이저빔)를 쏘아 부품을 순식간에 붙여버렸고, 다른 기계는 아예 금속을 녹이지도 않은 채 강력한 드릴 같은 도구로 두 개의 알루미늄 판을 슬쩍 문지르더니 완벽.. 2025. 9. 13.
"비드 올려봐!" 현장에서 쓰는 '용접 은어' 안녕하세요, 용접 기술만큼이나 '용접 언어'가 중요하다고 믿는 남자, '용접맨'입니다.제가 훈련원을 막 수료하고 처음 현장에 나갔을 때의 일입니다. 이론과 실습에 나름 자신이 있었지만, 현장은 완전히 다른 세상이었습니다. 땀 흘리며 용접을 하고 있는데, 반장님이 멀리서 소리쳤습니다."어이, 김 군! 거기 루트 패스 용입이 너무 얕아! 위빙으로 파이널 패스 덮을 때 언더컷 안 생기게 조심하고, 스패터도 너무 많이 튀잖아!"저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습니다. '패스...? 용입...? 위빙...?' 분명 한국말인데, 단 한마디도 제대로 알아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교과서에서 배운 단어와 현장의 '언어'는 너무나도 달랐던 것이죠. 그날 저는 깨달았습니다. 현장에서 진짜 동료로 인정받으려면, 기술뿐만 아니라 그들의.. 2025. 9. 12.
베테랑 용접사는 용접하는 시간보다 준비하고 정리하는 시간이 더 깁니다. 안녕하세요, 용접의 품질은 불꽃이 튀기 전과 후에 결정된다고 믿는 남자, '용접맨'입니다.제가 한창 제 용접 실력에 자만심이 가득했던 젊은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저는 누구보다 빠르고 현란하게 비드를 쌓는 것에만 몰두했죠. 작업이 끝나면 공구는 대충 던져놓고 가장 먼저 퇴근하기 바빴습니다.그러던 어느 날, 현장에서 가장 존경받던 한 노장(老匠)께서 제게 조용히 말했습니다. "김 군, 자네는 왜 그렇게 용접만 서두르나?" 저는 당당하게 대답했죠. "시간 안에 최고의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게 프로 아니겠습니까?"노장께서는 아무 말 없이 자신의 작업 공간으로 저를 데려갔습니다. 그는 용접을 시작하기 전, 마치 의사가 수술 도구를 정렬하듯 30분 넘게 자재를 갈고닦고 정돈했습니다. 그리고 단 10분 만에 완벽한 용.. 2025. 9. 11.
용접의 '숨은 거인', 서브머지드 아크 용접(SAW)의 세계 안녕하세요, 때로는 가장 조용한 용접이 가장 강력하다고 믿는 남자, '용접맨'입니다.제가 용접사로서 한창 의기양양하던 시절, 거대한 선박을 만드는 조선소에 파견을 갔을 때의 일입니다. 저는 당연히 수백 명의 용접사들이 내뿜는 현란한 불꽃과 '지지직'하는 소음이 가득한 장관을 기대했죠.하지만 제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너무나도 고요했습니다. 집채만 한 거대한 철판 위를 갠트리 크레인 같은 육중한 기계가 아주 천천히 지나가고 있었는데, 제가 알던 용접의 어떤 흔적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화려한 불꽃도, 자욱한 연기도, 귀를 찢는 아크 소리도 없었죠. 그저 기계가 지나간 자리에 모래 같은 가루만 수북이 쌓여 있을 뿐이었습니다."저게... 대체 뭐 하는 겁니까? 용접하는 거 맞아요?"어리둥절한 제 질문에 옆에 있던.. 2025. 9.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