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쇠와 불꽃을 다루는 남자, '용접맨'입니다. 제가 처음 용접면을 쓰고 떨리는 손으로 홀더를 잡았던 10여 년 전 그날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이론은 잔뜩 배웠지만, 막상 '지지직'하는 소리와 함께 눈앞에서 쇳물이 녹아내리는 것을 보니 머릿속이 하얘지더군요. 그리고 예상대로, 저는 그날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선배에게 "그렇게 할 거면 용접봉 아까우니 그냥 집에 가라"는 핀잔까지 들었죠.
오늘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이제 막 용접의 세계에 발을 들인 여러분만큼은 저처럼 아까운 용접봉 태워가며 배우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때문입니다. 수많은 실수 중에서도 용접 품질을 망치고, 심지어 여러분을 위험하게 만드는 최악의 실수 3가지를 제 실제 경험담과 함께 알려드리겠습니다. 이것만 피해도 여러분의 실력은 수직 상승할 겁니다.
실수 1: "장갑은 거들뿐" 맨손으로 용접봉을 만지는 습관
가장 흔하면서도 가장 치명적인 실수입니다. "잠깐인데 뭐 어때?", "장갑이 닳아서 구멍 좀 났는데 괜찮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이 여러분의 하루치 연습을 물거품으로 만듭니다.
저도 초보 시절, 용접봉 한 통을 다 쓰고 새것을 뜯었을 때였습니다. 급한 마음에 무심코 맨손으로 새 용접봉들을 집어 통에 옮겨 담았죠. 그날따라 유난히 손에 땀이 많았는데, 그게 재앙의 시작이었습니다. 오후 내내 그 용접봉으로 연습한 결과물은 전부 표면에 바늘구멍이 송송 뚫린 '기공(Porosity)' 불량이었습니다. 결국 선배가 버럭 화를 내며 제 연습 결과물을 보여주는데, 어찌나 창피하던지요. 원인은 단 하나, 제 손의 땀과 유분이 용접봉 피복에 그대로 묻어버렸기 때문이었습니다.
용접봉을 감싼 피복재는 단순한 코팅이 아닙니다. 아크를 안정시키고, 녹은 쇳물이 공기 때문에 오염되는 것을 막아주는 '보호막' 역할을 하는 아주 예민한 화학약품 덩어리죠. 이 피복재가 우리 손의 땀(수분)이나 아주 적은 양의 기름과 만나면 그 성능이 급격히 저하됩니다. 마치 젖은 성냥으로 불을 붙이려는 것처럼, 용접 시 아크가 불안정해지고, 끓어오른 불순 가스가 쇳물에 갇혀 결과적으로 강도를 약하게 만드는 '기공'의 직접적인 원인이 됩니다.
프로의 해결책은 이것입니다. 매우 간단합니다. 용접봉은 반드시 깨끗하고 마른 장갑을 낀 상태로 다루세요. 혹시 바닥에 떨어뜨렸거나 오염되었다면, 과감히 버리는 것이 결과적으로 시간과 재료를 아끼는 길입니다.
실수 2: "아까워서 끝까지" 몽당연필보다 짧은 용접봉 사용하기
용접봉이 5~6cm 정도로 짧아지면 누구나 '이거 조금만 더 쓰면 될 것 같은데...' 하는 아까운 마음이 듭니다. 하지만 그 몇 센티미터 아끼려다 여러분의 손과 결과물을 모두 망칠 수 있습니다.
위보기(Overhead) 자세를 처음 연습하던 날이었습니다. 천장을 보며 작업해야 하니 자세도 불안하고 집중력도 떨어졌죠. 용접봉이 짧아진 것을 알았지만, 교체하기 귀찮아서 그대로 작업을 강행했습니다. 그 순간, 짧아진 용접봉 때문에 홀더와 모재가 너무 가까워지면서 '퍽' 하는 소리와 함께 강한 열이 장갑을 뚫고 들어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저도 모르게 "앗 뜨거워!" 소리를 지르며 홀더를 놓쳤고, 하마터면 큰 화상으로 이어질 뻔했습니다. 결과물은 당연히 엉망이었고요.
이게 왜 치명적인 문제일까요? 첫째, 화상 및 감전 위험이 극도로 높아집니다. 용접봉이 짧아질수록 불꽃과 내 손의 거리가 가까워져 뜨거운 열이 그대로 전달됩니다. 또한 홀더의 금속 부분에 손이 닿아 감전될 확률도 커집니다. 둘째, 품질이 저하됩니다. 짧은 용접봉은 홀더에 단단히 고정하기 어렵고, 미세한 컨트롤이 불가능해 비드가 삐뚤빼뚤해집니다.다 닳은 몽당연필로 예쁜 글씨를 쓸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용접봉 길이가 5~6cm 이하로 남으면, 고민하지 말고 즉시 교체하세요. 그것은 낭비가 아니라 '안전'과 '품질'을 위한 가장 중요한 투자입니다. 여러분의 손은 몇백 원짜리 용접봉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소중합니다.
실수 3: "일단 불꽃부터 보자" 준비 없이 아크부터 일으키기
초보 시절에는 '지지직'하며 터져 나오는 아크 불꽃이 그렇게 멋져 보일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인지 자세나 용접 경로도 정하지 않은 채, 일단 아크부터 일으켜놓고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바보 같은 짓이지만, 저 역시 아크를 일으켜놓고 불꽃을 멍하니 구경하거나, 용접할 위치를 찾느라 허공에서 용접봉을 태워 먹는 일이 비일비재했습니다. 하루는 선배가 조용히 다가와 제가 태워 먹은 용접봉 끄트머리만 모아둔 통을 보여주며 말하더군요. "김 군, 이걸로 용접했으면 철판 하나는 다 붙였겠다. 쇳물은 땅에다 녹이지 말고, 붙일 곳에다 녹여." 그날 이후로 제 버릇은 완전히 고쳐졌습니다.
이는 단순히 용접봉을 낭비하는 문제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첫째, 지나치게 긴 아크 길이는 용접봉 끝을 과열시켜 피복을 손상시키고, 공기 중의 불순물이 쇳물에 섞이게 만듭니다. 둘째, 필요 이상으로 강한 전류는 용접봉을 너무 빨리 녹여 제대로 된 비드를 만들 수 없게 합니다. 성냥불을 켜자마자 초에 불을 붙여야지, 그냥 들고 있으면 성냥개비만 다 타버리는 것과 똑같습니다.
용접은 '생각이 먼저, 행동은 나중'입니다. 용접할 경로, 손의 움직임, 자세를 모두 완벽하게 준비한 뒤, 아크를 일으키는 동시에 지체 없이 용접을 시작하세요. 아크와 모재의 거리는 용접봉 지름의 1~1.5배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입니다.
좋은 습관이 최고의 기술입니다. 오늘 알아본 3가지 실수는 사실 엄청난 기술이 필요한 영역이 아닙니다. 용접을 대하는 '태도'와 '습관'의 문제입니다.
화려한 비드를 만드는 기술을 익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프로와 아마추어를 가르는 진짜 차이는 바로 이런 기본을 얼마나 철저하게 지키는가에서 나옵니다. 부디 저의 피눈물 섞인 경험이 여러분의 성장 과정에 작은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