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접사의 일은 불꽃이 꺼지는 순간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만든 용접부가 정말로 튼튼하고 안전한지, 그 품질을 증명하는 과정까지 마쳐야 비로소 진정한 마무리가 됩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균열 하나가 거대한 구조물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용접 검사는 마치 의사가 환자의 건강 상태를 정밀하게 진단하듯, 용접부의 숨은 문제까지 찾아내는 매우 중요하고 전문적인 과정입니다.
이 글에서는 용접의 안전을 보장하는 대표적인 검사 방법들을 깊이 있게 다루고자 합니다. 제품을 망가뜨리지 않고 속을 들여다보는 ‘비파괴 검사’부터, 시험편을 직접 파괴하여 강도를 증명하는 ‘파괴 검사’까지, 각각의 원리와 특징을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설명하겠습니다.
망가뜨리지 않고 속을 본다: 비파괴 검사(NDT) 5가지
완성된 다리나 자동차를 부수지 않고도 안전을 확인할 수 있어 가장 널리 사용되는 검사 방법들입니다. 각기 다른 원리로 용접부의 건강 상태를 진단합니다.
1. 외관 검사 (VT): 모든 검사의 시작과 끝
이것은 훈련된 검사원이 자신의 눈이나 돋보기, 측정 도구 등을 이용해 용접부의 겉모습을 직접 살펴보는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검사입니다. 의사가 환자의 안색을 살피고 상처 유무를 눈으로 확인하는 ‘시진’ 단계와 똑같습니다. 용접 비드의 모양이 불규칙한지, 크기가 적절한지, 표면에 보이는 균열이나 구멍은 없는지 등 겉으로 드러나는 대부분의 문제를 이 단계에서 찾아낼 수 있습니다.
2. 방사선 투과 검사 (RT): 용접부의 엑스레이 촬영
마치 우리가 팔이 부러졌을 때 병원에서 엑스레이 사진을 찍는 것과 원리가 같습니다. 용접부에 강력한 방사선(X-ray 또는 감마선)을 쏘아 그 뒤에 놓인 필름에 사진을 찍는 방법입니다. 만약 용접부 내부에 공기 방울(기공)이나 균열 같은 결함이 있다면, 그 부분은 정상적인 부위보다 방사선이 더 많이 통과하여 필름에 검은 점이나 선으로 나타납니다. 이를 통해 내부에 숨어있는 결함을 정확히 찾아낼 수 있습니다.
3. 초음파 탐상 검사 (UT): 메아리로 결함을 찾는 기술
산모가 뱃속 아기의 상태를 확인하는 ‘초음파 검사’나 잠수함이 음파를 이용해 지형을 파악하는 원리를 이용합니다. 사람이 들을 수 없는 높은 주파수의 소리(초음파)를 용접부 안으로 쏘아 보내고, 그 소리가 결함을 만나 되돌아오는 메아리를 분석하는 것입니다. 이 메아리의 시간과 크기를 통해 결함의 위치와 크기를 파악하며, 특히 미세한 균열을 찾아내는 데 매우 효과적입니다.
4. 자분탐상 검사 (MT): 철가루로 상처 부위를 찾는 법
이 검사는 자석의 원리를 이용하기 때문에, 자석에 붙는 금속인 철강 재료에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먼저 용접부를 거대한 자석으로 만든 뒤, 그 위에 형광색을 띤 미세한 철가루를 뿌립니다. 만약 표면이나 바로 아래에 미세한 균열이 있다면, 그 틈으로 자기장이 새어 나와 철가루들이 균열 모양을 따라 줄지어 달라붙게 됩니다. 보이지 않던 상처 부위에 철가루라는 반창고가 붙어 위치를 알려주는 셈입니다.
5. 침투 탐상 검사 (PT): 염색약으로 숨은 균열 찾기
이 방법은 자석에 붙지 않는 알루미늄이나 스테인리스강 등 거의 모든 재료에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원리는 간단합니다. 먼저,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틈새로 잘 스며드는 빨간색 액체(침투액)를 용접부 표면에 뿌립니다. 잠시 후 표면의 침투액을 깨끗이 닦아내고, 그 위에 하얀 가루(현상제)를 뿌립니다. 그러면 균열 틈 속에 숨어있던 빨간 침투액이 하얀 가루 위로 다시 스며 나오면서, 상처의 위치와 모양을 붉은 선으로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직접 부러뜨려 강도를 증명한다: 파괴 검사(DT) 2가지
파괴 검사는 완성된 제품을 부수는 것이 아닙니다. 대신, 실제 용접과 똑같은 조건으로 만든 ‘시험용 조각’을 따로 만들어, 그 조각을 직접 파괴함으로써 용접 절차나 재료가 요구되는 강도를 만족하는지 근본적으로 확인하는 방법입니다.
1. 인장 시험 (Tensile Test): 얼마나 강한지 당겨보기
시험 조각을 아령 모양으로 만든 뒤, 기계로 양쪽 끝을 잡아당겨 언제 끊어지는지 측정하는 시험입니다. 마치 팔씨름을 해서 누가 더 힘이 센지 직접 겨루는 것처럼, 용접부가 얼마나 강한 힘까지 버틸 수 있는지(인장강도)를 정확한 수치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2. 굽힘 시험 (Bend Test): 얼마나 유연한지 구부려보기
시험 조각을 U자 모양으로 완전히 구부려보는 시험입니다. 허리를 숙여 유연성을 테스트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용접부가 부러지거나 터지지 않고 얼마나 잘 휘어지는지(연성)를 확인하고, 구부러진 표면에 미세한 균열이 발생하는지도 검사할 수 있습니다. 검사는 신뢰, 신뢰는 안전입니다
이처럼 다양한 용접 검사 방법들은 각기 다른 과학적 원리를 이용해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곳의 문제점까지 꼼꼼하게 찾아냅니다. 이것은 단순히 결함을 찾아내는 행위를 넘어, 우리가 만들고 사용하는 모든 구조물에 ‘안전’이라는 품질을 보증하는 신뢰의 과정입니다. 용접사가 흘린 땀의 가치는, 바로 이 철저한 검사를 통해 비로소 완성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