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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접기 선택 완벽 가이드

by 용접맨 2025. 9. 6.

안녕하세요, 장비의 특성을 알아야 진짜 실력이 나온다고 믿는 남자, '용접맨'입니다.

제가 처음 용접 훈련원에 들어갔을 때, 실습장 한편에는 투박하고 오래된 교류(AC) 용접기가, 다른 한편에는 뭔가 복잡하고 비싸 보이는 직류(DC) 용접기가 놓여 있었습니다. 당시 제 머릿속은 온통 물음표였죠.

'어차피 둘 다 전기 아크로 쇠를 녹이는 거 아닌가? 왜 두 종류나 있는 거지? 심지어 DC는 왜 저렇게 비싼 거야?'

초보 시절의 저는 '싸고 튼튼하면 장땡'이라는 생각에 한동안 AC 용접기만 고집했습니다. 하지만 얇은 박판을 용접하다 구멍을 내고, 중요한 구조물의 용접 품질 때문에 밤새 애를 태우는 경험을 겪고 나서야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AC와 DC는 단순히 전기의 종류가 다른 것이 아니라, 용접의 '결과'와 '가능성'을 완전히 바꿔놓는다는 사실을요.

오늘은 과거의 저처럼 어떤 용접기를 사야 할지 고민하는 분들을 위해, 왜 전문가들이 더 비싼 돈을 주고 DC 용접기를 선택하는지, 그 결정적인 차이를 저의 경험을 바탕으로 확실하게 알려드리겠습니다.

교류(AC) 용접기: 투박하지만 믿음직한 '시골 경운기'

* 한마디 정의: 구조가 단순하고, 힘 좋고, 웬만한 험한 환경에서도 고장 없이 작동하는 믿음직한 '경운기' 같은 장비입니다.

* 작동 원리 (혼란스러운 '그네'): 교류(AC) 전기는 (+) 극과 (-) 극을 1초에 수십 번씩 정신없이 오갑니다. 마치 그네가 앞뒤로 움직이듯 말이죠. 이 때문에 아크가 안정적이지 못하고 '퍼벅'거리며 다소 거칠게 튀는 단점이 있습니다. 용접 결과물도 상대적으로 거칠고, 불똥(스패터)도 많이 튑니다.

AC만의 치명적인 장점: '자기 쏠림(Arc Blow)'이 없다!

하지만 이 '정신없는 전기'가 딱 한 가지, 엄청난 장점을 만들어냅니다. 바로 자기장이 한곳에 쌓일 틈이 없어 '자기 쏠림' 현상이 거의 없다는 것이죠.

한 번은 H빔 구조물의 구석진 모서리를 용접해야 했습니다. DC 용접기로 아크를 일으키는 족족, 강력한 자기장 때문에 불꽃이 엉뚱한 벽면으로 휘어버려 도저히 작업이 불가능했죠. 그때 창고에서 꺼내 온 것이 바로 먼지 쌓인 구형 AC 용접기였습니다. 시끄럽고 거칠었지만, 아크만큼은 거짓말처럼 제가 원하는 지점으로 똑바로 뻗어 나갔습니다. 좁은 구석이나 배관 용접처럼 자기 쏠림이 심한 환경에서는 이 낡은 '경운기'가 최신 스포츠카보다 나을 때가 있습니다.

이럴 때 AC를 선택하세요:

* 튼튼하게 붙이는 것이 최우선인 일반 철 구조물 용접 시

* 자기 쏠림이 우려되는 구석진 곳을 용접할 때

* 무엇보다 '가성비'가 가장 중요할 때

직류(DC) 용접기: 예민하지만 다재다능한 '외과 의사의 메스'

* 한마디 정의: 비싸고 다소 복잡하지만, 비교할 수 없는 안정성과 정밀함으로 모든 종류의 용접을 가능하게 하는 '외과 의사의 메스'와 같은 장비입니다.

* 작동 원리 (강력하고 고요한 '강물'): 직류(DC) 전기는 강물이 흐르듯 항상 한 방향으로만 일정하게 흐릅니다. 그 결과, 아크가 비단결처럼 부드럽고 매우 안정적입니다. 초보자가 다루기에도 훨씬 쉽고, 용접 결과물도 깨끗하고 아름답습니다.

DC의 진짜 능력: '극성(Polarity)'을 지배하는 자!

DC 용접기가 비싼 진짜 이유는 바로 전기가 흐르는 방향, 즉 '극성'을 내 마음대로 바꿀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 기능 하나로 용접의 성격이 180도 달라집니다.

* 정극성 (DCEN): "강력한 관통 모드"

용접봉을 (-) 극에, 모재(용접할 금속)를 (+) 극에 연결하는 방식입니다. 열이 모재 쪽에 약 70% 집중되어, 아주 깊숙이 쇠를 녹여야 하는 두꺼운 철판 용접에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두꺼운 스테이크의 속까지 완벽하게 익히는 것과 같습니다.

* 역극성 (DCEP): "섬세한 표면처리 모드"

반대로 용접봉을 (+)극에, 모재를 (-) 극에 연결합니다. 열이 용접봉 쪽에 약 70% 집중되죠. 이 방식은 모재 표면의 불순물을 청소하는 효과(Cleaning Action)가 있고 아크가 더 안정되어, 구멍 나기 쉬운 얇은 박판이나, 수직/위보기 같은 어려운 자세의 용접에 절대적인 성능을 발휘합니다.

교류(AC) 용접으로 작업한 비드와 직류(DC) 용접(역극성)으로 작업한 비드
교류(AC) 용접으로 작업한 비드와 직류(DC) 용접(역극성)으로 작업한 비드

 

1mm짜리 얇은 스테인리스 판을 용접하는 것만큼 DC의 위대함을 느끼게 하는 작업도 없습니다. AC나 DCEN 모드였다면 순식간에 구멍이 났겠지만, 역극성(DCEP) 모드로 전류를 낮추고 섬세하게 작업하면, 종이처럼 얇은 금속도 태우지 않고 깨끗하게 붙여낼 수 있습니다. 이 '극성 변경'은 단순한 기능이 아니라, 용접사에게 불가능을 가능하게 하는 '초능력'과도 같습니다.

그래서, 초보자는 무엇을 사야 할까요? 이제 선택은 명확해졌습니다.

* 취미로 두꺼운 철만 다룬다면: 농기구나 간단한 구조물 수리 등, 저렴한 비용으로 튼튼하게 붙이는 것이 목적이라면 AC 용접기도 훌륭한 선택입니다.

* 진정한 기술자를 꿈꾼다면: 얇은 금속, 스테인리스, 어려운 자세 등 다양한 용접을 마스터하고 싶다면, 망설이지 말고 돈을 조금 더 모아 인버터 방식의 DC 용접기를 사십시오. 부드러운 아크는 여러분의 학습 속도를 훨씬 빠르게 만들어 줄 것이며, '극성 변경'이라는 무기는 여러분의 기술적 한계를 완전히 다른 차원으로 넓혀줄 것입니다.

AC가 '붙이는' 기술이라면, DC는 '원하는 대로 붙이는' 예술의 영역에 가깝습니다. 당신의 용접기가 미래의 당신의 실력을 결정한다는 사실,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