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용접은 가장 위대한 '창조' 행위 중 하나라고 믿는 남자, '용접맨'입니다.
제가 어릴 적, 세상의 모든 것은 풀이나 나사, 혹은 레고 블록처럼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용접을 처음 배울 때도 마찬가지였죠. '아, 이건 그냥 쇠를 붙이는 아주 강력한 풀 같은 거구나.' 하고 막연하게 생각했습니다.
그 생각이 완전히 부서진 것은 첫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며 '굽힘 시험(Bend Test)'을 하던 날이었습니다. 제가 용접한 두툼한 철판 시험 편을 거대한 기계에 물리고, U자 모양으로 구부러뜨리는 테스트였죠. 저는 당연히 제가 이어 붙인 '용접 부위'가 가장 약할 것이고, 그곳이 '똑'하고 부러질 것이라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제 상상을 완전히 뛰어넘었습니다. 시험편은 엄청난 압력에 휘어지다가 결국 거대한 파열음과 함께 부러졌는데, 제가 만든 용접부가 아닌, 멀쩡했던 그 옆의 생짜 쇠(모재) 부분이 처참하게 찢겨나간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 자리에 잠시 서서 부러진 단면을 멍하니 바라봤습니다. 내가 만든 부분이, 원래의 재료보다 더 강하다니. 이건 단순히 두 개를 '붙인' 것이 아니었습니다. 두 개의 쇠를 녹여, 그 경계를 완전히 허물고, 더 강한 하나로 '다시 태어나게' 한 것이었습니다.
그날 이후, 용접은 제게 단순한 기술이 아닌 '창조'가 되었습니다. 오늘은 왜 용접이 볼트나 본드와는 차원이 다른 연결 방식인지, 그 경이로운 비밀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접착'이 아닌 '융합'의 세계
우리는 무언가를 붙일 때 흔히 볼트나 접착제를 사용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접착(Adhesion)'입니다. 두 개의 개체가 각자의 형태를 유지한 채, 제3의 힘으로 서로 '손을 잡고' 있는 상태죠. 언제든 그 힘(볼트, 접착제)을 제거하면 원래의 두 개체로 돌아갑니다.
하지만 용접은 '융합(Fusion)' 입니다. 수천 도의 열로 두 금속의 경계면을 녹여 액체 상태로 만듭니다. 액체가 된 두 쇳물은 자연스럽게 서로 섞여 원자 단위에서부터 새로운 구조를 만들고, 식어서 다시 굳으면 완벽한 '한 몸'이 됩니다. 여기에는 더 이상 '두 개'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것은 손을 잡은 연인이 아니라, 피를 나눈 가족이 되는 과정입니다.
왜 용접이어야만 하는가?
이 '융합'의 개념을 이해하면, 왜 자동차 엔진이나 거대한 교량, 하늘을 나는 비행기에 볼트나 접착제가 아닌 용접이 필수적인지 알 수 있습니다.
* 볼트와 너트: 강력하지만, 지속적인 진동에 풀릴 수 있고 구멍을 뚫는다는 행위 자체가 구조물에 약한 부분을 만드는 것입니다.
* 접착제: 표면끼리만 붙여주는 방식이라, 내부까지 하나로 만드는 용접의 강도를 따라올 수 없으며 열과 충격에 취약합니다.
이에 반해 용접부는 구조물과 완벽히 한 몸이 되었기 때문에, 외부의 힘이나 진동이 가해져도 특정 부위에 집중되지 않고 전체로 자연스럽게 분산시켜 버팁니다. 이것이 바로 수십 톤의 압력과 극한의 환경을 견뎌내야 하는 모든 핵심 산업 구조물에 용접이 사용되는 이유입니다.
창조의 증거: 원래의 쇠보다 강한 용접부
제가 굽힘 시험에서 경험했던 것처럼, 제대로 된 용접부는 원래의 재료(모재) 보다 더 강한 기계적 성질을 갖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용접 과정의 급격한 가열과 냉각이, 제철소에서 서서히 식혀 만든 원래의 강판보다 더 촘촘하고 강인한 내부 금속 조직(결정 구조)을 만들어내기 때문입니다.
즉, 우리는 용접을 통해 단순히 쇠를 붙이는 것을 넘어, 더 강한 성질을 가진 새로운 금속을 '창조' 해내는 것입니다. 내 손으로 만든 부분이 원래의 재료보다 더 강하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의 희열은, 용접사만이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보상이자 자부심입니다.
우리는 쇠를 재창조하는 사람들입니다.
이제 누군가 제게 직업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저는 더 이상 "쇠 붙이는 사람입니다"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저는 두 개의 분리된 쇠를 설득하여 과거의 경계를 잊고, 더 강한 하나의 존재로 다시 태어나게 하는 일을 합니다."
자동차, 배, 건물. 이 모든 것은 용접이라는 '재창조'의 과정을 통해 비로소 생명을 얻습니다. 용접은 그렇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분리된 것들을 하나로 모아 세상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