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 접착제가 어떤 재료에는 놀라운 힘을 발휘하지만, 어떤 재료에는 전혀 붙지 않는 것처럼, 용접 역시 모든 금속에 통하는 만능 기술이 아닙니다. 용접의 세계는 금속의 성질을 깊이 이해하고 그에 맞는 최적의 방법을 선택하는, 마치 재료와 대화하는 것과 같은 섬세한 과정입니다.
이 글에서는 용접의 성패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두 가지 변수, 바로 ‘금속의 종류’와 ‘두께’에 대해 심도 있게 다루고자 합니다. 가장 다루기 쉬운 철부터 까다로운 알루미늄, 그리고 얇은 판부터 두꺼운 강판까지, 각 조건에 따라 어떤 용접 방법을 선택해야 하는지 그 원리와 실제 적용 사례를 통해 명쾌하게 정리하겠습니다.
모든 금속을 용접할 수 있을까? 재료별 용접 난이도
결론부터 말하자면, 금속의 종류에 따라 용접의 난이도와 방법은 크게 달라집니다. 각 금속의 고유한 성질을 이해하는 것이 그 첫걸음입니다.
1. 가장 다루기 쉬운 금속: 강철 (Steel)
우리가 주변에서 보는 건물의 철골, 자동차 차체, 다리 등 대부분을 차지하는 강철은 용접 산업의 ‘기본 재료’라 할 수 있습니다. 녹는점이 적당하고, 열에 의한 변형이 비교적 적으며, 다양한 용접 방법에 두루 잘 반응하기 때문에 초보자부터 전문가까지 가장 널리 사용하는 금속입니다.
2. 섬세한 기술이 필요한 금속들
- 스테인리스강 (Stainless Steel): 녹이 슬지 않아 주방용품이나 의료기기에 많이 쓰이지만, 용접 시에는 주의가 필요합니다. 일반 강철보다 열에 민감하여 쉽게 변형되거나 아름다운 표면이 변색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정밀한 열 제어가 가능하고 깨끗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는 TIG 용접이 가장 많이 사용됩니다.
- 알루미늄 (Aluminum): 가볍고 튼튼해 자전거나 항공기, 고급 자동차에 쓰이지만 용접은 매우 까다롭습니다. 알루미늄은 표면에 공기와 만나자마자 매우 단단한 산화막을 형성하는데, 이 막은 알루미늄 자체보다 훨씬 높은 온도에서 녹습니다. 이 산화막을 효과적으로 제거하지 않으면 용접이 불가능하기에, 산화막을 파괴하는 기능이 있는 교류(AC) TIG 용접이나 전용 MIG 용접 장비가 필수적입니다.
- 구리 (Copper): 열과 전기를 매우 잘 전달하는 특징이 오히려 용접을 방해합니다. 용접 열을 가해도 금속 전체로 너무 빨리 퍼져나가 버려, 정작 용접 부위의 온도가 충분히 오르지 않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따라서 일반적인 용접보다 훨씬 높은 전류가 필요하며, 때로는 작업 전후로 금속 전체를 데우는 예열 및 후열 작업이 동반되어야 합니다.
3. 전문가의 영역, 특수 금속
엔진 블록 등에 쓰이는 주철(Cast Iron)은 충격에 약해 깨지기 쉬운 특성 때문에 일반적인 방법으로 용접하면 쉽게 균열이 생깁니다. 반드시 특수 용접봉을 사용하고, 작업 전후 천천히 가열하고 식히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항공우주 분야에 쓰이는 티타늄이나 니켈 같은 금속들은 오염에 극도로 민감하여, 공기를 완벽히 차단한 환경에서만 용접이 가능합니다.
두께가 방법을 결정한다: 판 두께별 용접 전략
마치 고기를 굽는 것과 같이, 금속의 두께에 따라 필요한 불의 세기와 굽는 방법이 달라져야 합니다.
- 얇은 판 (1mm 이하): 얇은 고기를 센 불에 올리면 바로 타버리는 것처럼, 얇은 금속판에 강한 열을 가하면 구멍이 뚫리기 십상입니다. 따라서 자동차 외판이나 가전제품 케이스처럼 얇은 판을 용접할 때는 낮은 전류로 정밀하게 열을 제어할 수 있는 TIG 용접이나, 순간적으로 열을 가하는 점 용접(Spot Welding)이 적합합니다.
- 중간 두께 판 (2mm ~ 10mm): 가장 일반적인 두께로, 활용도가 높습니다. 일반적인 구조물이나 파이프 등에 해당하며, 현장 상황과 요구되는 품질에 따라 피복 아크 용접, CO2 용접 등 다양한 방법을 선택하여 적용할 수 있습니다.
- 두꺼운 판 (10mm 이상): 두꺼운 스테이크의 속까지 익히려면 약한 불에 오래 굽거나 여러 번 뒤집어야 하는 것처럼, 두꺼운 금속판은 강력한 열이 깊숙이 침투해야 합니다. 선박이나 대형 건축 구조물 등이 여기에 해당하며, 높은 전류를 사용하거나, 한 번에 끝내지 않고 여러 번에 걸쳐 ‘층층이’ 용접을 쌓아 올리는 다층 용접 기법이 필수적입니다. 때로는 서브머지드 아크 용접과 같은 대형 자동화 장비가 동원되기도 합니다.
성공적인 용접은 단순히 토치를 잘 다루는 능력만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내가 지금 마주한 금속이 어떤 성질을 가졌는지, 그 두께는 어느 정도인지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맞는 최적의 용접법과 전류, 속도를 선택하는 ‘진단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재료에 대한 깊은 이해, 그것이야말로 모든 용접사가 갖춰야 할 최고의 기술이자 가장 확실한 안전장치입니다.